테마파크 롯데월드가 개관한 이래 마스코트로 있는 너구리 캐릭터 ‘로티(LOTTY)’를 아는가. 이름까진 모르더라도 턱시도를 입은 채 멋지게 팔을 뻗고 있는 이 캐릭터를 보면, 대번에 ‘아, 맞다. 롯데월드!’라고 할 것이다. 그 정도로 디자인이나 캐릭터는 기업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소비자들에게 쉽고, 빠르게 각인된다. 로티를 창작한 디자이너 A씨의 사례를 통해 프리랜서 창작자가 갖는 「저작권법」상 핵심 권리를 알아보자.

  • 로티는 산전수전을 겪은 캐릭터다. 롯데월드의 개관 초기, 로티라는 캐릭터(저작물)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둘러싸고 프리랜서 디자이너 A씨와 그에게 캐릭터 개발을 발주한 롯데월드 사이에 대법원까지 가는 송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에 맺어진 이 판결의 결론은 3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프리랜서 창작자’와 그 프리랜서에게 저작물의 제작을 의뢰한 ‘회사’ 사이에 저작권이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귀속되는지에 관한 ‘리딩 케이스(LEADING CASE)’ 로 중요하게 참고된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주제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권 귀속에 관한 문제다.
  • 오직, 창작한 자만이
    저작권을 보유하는가?
    원칙부터 살펴보자. ‘저작물’의 정의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고,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 2호). 창작물에 대해 저작자가 갖는 권리를 저작권이라 하고, 저작자는 저작재산권(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송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과 저작인격권(동일성유지권, 공표권, 성명표시권)으로 풍부하게 보호를 받는다(저작권법 제10조 제1항).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저작권법 제10조 제2항). 즉, 내가 글을 쓰고, 캐릭터를 만들고, 작곡하고, 영상물을 찍었으면 곧장 그것은 내 저작물이고, 나는 그에 대해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 모두를 갖는다. 벌써 부자가 된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로티의 아버지, 디자이너 A씨는 왜 롯데월드에 화가 났을까?
    롯데월드가 디자이너 A씨의 허락을 받지 않고, 로티의 얼굴을 바꿔 사용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뿔싸.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로티는 A씨가 창안한 원래 얼굴과 아주 약간 다르다. 쉽게 말하자면 약간 시술을 받은 느낌인데, 롯데월드는 당시 A씨가 만든 로티가 세계 최초로 동물을 캐릭터화하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것으로 인정받는 미국의 ‘펠릭스 고양이(FELIX THE CAT)’를 연상시킨다며 수정을 요구하였는데 A씨의 수정에도 불구하고 롯데월드가 거듭 재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디자이너 A씨는, 자기로서는 수정을 해도 같은 도안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수정을 거부했다. 결국 롯데월드가 다른 디자이너 B씨를 고용하여 임의로 로티의 얼굴을 고쳐서 사용한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당시 디자인업계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한 프리랜서의 소송인지라 큰 관심을 모았다.
  • A씨의 주장,
    그리고 롯데월드의 반격
    재판에서 디자이너 A씨는 「저작권법」상 로티 캐릭터의 저작권은 이를 창작한 자신에게 있는데 롯데월드가 이를 원저작자인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고쳐서 사용하는 바람에 로티 창작물에 관한 자신의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을 침해받았다며 ‘캐릭터 사용금지 가처분’을 구하였다. 이에 맞선 롯데월드는 로티 캐릭터를 A씨가 제작한 것은 맞지만, 그 기획을 롯데월드가 총괄하고, 캐릭터 개발계약서를 보더라도 ‘얼마든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고, 완성된 캐릭터의 저작권, 디자인권 등 모든 권리를 롯데월드가 원천적으로 갖는 것으로 하였으니 로티에 관한 저작권은 저작인격권을 포함해 롯데월드가 취득한 것이고, 따라서 캐릭터의 얼굴을 일부 고쳐서 사용한 것은 정당한 권리의 행사라 반박하였다. 누가 이겼을까? 엎치락뒤치락하였다. 1심은 A씨가, 2심은 롯데월드가, 그리고 다시 3심은 롯데월드가 최종 승소하였다.
  • 도급계약의 경우,
    저작권자는 프리랜서이다

    법원은, 그 당시 디자이너 A씨가 롯데월드의 임의적 수정 조치(=동일성유지권 침해)에 대해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 보고 A씨의 캐릭터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종 기각하였다.
    이렇게만 보면 A씨가 진 것 같다. 그러나 사실 판시를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위 사건 대법원 판결(대법원 92다31309)은 프리랜서가 ‘도급계약’을 맺고 회사에 인도한 창작물은 ‘계약서’에 ‘그 저작권 등이 발주사인 회사에 귀속된다’라고 쓰여 있을지라도, 「저작권법」상 이는 실제 창작한 프리랜서에게만 저작권이 귀속될 수 있다는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이고, 프리랜서가 원저작자로서 저작권 모두(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를 취득하는 것으로 보았다.
    다만, A씨가 로티의 저작자로서 ‘동일성유지권’을 갖기는 하나, 롯데월드와 작성한 ‘캐릭터 개발계약서’를 보면 롯데월드는 언제든 이를 수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캐릭터의 저작권 등을 롯데월드가 모두 갖기로 하는 것에 A씨가 사전 동의하였던 사정(그것이 강행규정에 반해 무효인지와는 별론으로)을 볼 때, 그 당시 A씨는 롯데월드의 임의적 수정 조치(=동일성유지권 침해)에 대해 묵시적으로 동의(양해)한 것이라 보고 캐릭터 사용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최종 기각하였다.
    이는 지금의 프리랜서들에게도 유효한 판결이다. 딱 한 가지만 기억하자. 누가 시켜서 했건 프리랜서로서 만들어 회사에 넘긴 창작물의 원저작자는 프리랜서이지, 회사가 아니다. 도급계약서에 회사 것이라 쓰여 있더래도 이는 무효다(다만, 저작재산권을 프리랜서가 양도해 줄 수는 있다). 한편, 철저히 회사가 시키는 대로 ‘고용관계(근로계약)’에서 업무시간에 저작물을 만든 것이라면 회사의 것이 될 수 있다(이는 ‘창작자만이 저작자가 된다’라는 저작권법의 대원칙의 예외인지라 법원이 그 판단에 꽤 엄격하다). 세상의 프리랜서들이여 이제부터 롯데월드에 가면 로티를 찾아, 꽉 안아 주자. 프리랜서의 권리를 알려준 소중한 캐릭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