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 ON - STORY
SCIENCE
자율주행차 상용화:
사고 시 책임은?
글_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자율주행차가 곧 상용화될 예정이다. 목적지만 설정하면 운전자 없이도 자동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니 생각만 해도 놀랍다. 그런데 만약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운전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했다면 누군가는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고,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앞서 이러한 사고 책임 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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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와 책임
-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크게 3가지 책임이 문제가 된다. 첫째, 형사책임이다. 고의나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다치게 하면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한다. 사고를 낸 사람이 종합보험에 가입하였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한 경우에는 형사책임이 면제될 수 있으나, 이런 경우에도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둘째, 행정책임이다.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도로교통법」상 면허 취소, 과태료 등의 처분이 부과된다. 셋째, 민사책임이다. 고의나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가해자는 사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한다. 이처럼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를 일으킨 자에게 형사책임, 행정책임, 민사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이러한 책임 체계는 가해자 처벌, 사고 예방 및 피해자 구제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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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차도 교통사고를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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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발생 원인의 90% 이상은 사람의 과실이다.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졸거나, 음주운전을 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등 과실의 종류도 다양하다. 인공지능의 일종인 자율주행시스템은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적정한 기술 수준이 확보된다면 자율주행시스템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사고 위험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운전을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도로 위에서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숙련된 운전자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운전할 때에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율주행 기술이 충분히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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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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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켰을 때 현재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 체계가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까? 가장 어려운 문제는 형사책임 문제이다. 형사책임은 실제 잘못한 사람이 스스로 부담해야 하고 누군가 대신 부담해 줄 수 없다. 사람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가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반면 자율주행차가 운전 중 사고가 난 경우에는 누가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자율주행차 운행에는 자율주행시스템 제공회사, 자동차 제작사, 통신서비스 제공자, 스마트도로 관리자 등 다양한 관련자들이 존재하는데, 이들 중 누구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는지를 정확히 밝혀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학계와 법무부 등에서 여전히 논의가 진행 중이다. 행정책임 문제는 형사책임보다는 해결이 용이하다. 자율주행차 운행 관리자를 지정하여 그 관리자가 각종 행정상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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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차 사고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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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민사책임은 어떨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므로, 민사책임도 형사책임처럼 사고에 대해 누가 잘못이 있는지를 가려 책임을 귀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실제 잘못한 사람을 밝혀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대신 해당 자동차의 보험회사가 일단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친 경우, 잘잘못을 가리는 동안 피해자가 방치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즉,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일단 자동차의 보유자가 무조건적인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되, 실제로는 보유자에게 자동차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함으로써 자동차보험회사가 보유자를 대신하여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실제 책임을 져야 할 제3자가 있다면 보험회사가 그 제3자에게 구상을 청구함으로써 손해를 공평하게 배분한다. 무보험차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정부보장사업이 피해를 구제한다.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해서도 교통사고에 대한 이러한 민사책임제도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켜 사람이 다치면, 일단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 피해 보상을 실시하고, 추후에 보험회사가 사고 원인을 밝혀 제작사, 시스템 제공 회사, 통신사 등 책임 있는 자에게 구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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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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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사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책임에 대한 과도한 걱정으로 상용화를 미루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남아 있는 과제들이 많지만, 적어도 사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만큼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보험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차가 우리 국민들의 삶의 편의성을 높이고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