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 ON - STORY
히든 피겨스
음악으로 희망과 꿈을 노래하는
한빛예술단
글_ 채청비 사진_ 황지현
여름은 예술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싱그러운 여름의 에너지를 만끽하면서 음악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신나는 밴드부터 감동적인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편성으로 관객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조금은 특별한 세계 유일의 예술단체 한빛예술단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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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아도 들려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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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때로 선율과 리듬 속에서 감동을 주며, 때로는 지친 일상에서 위로나 기쁨을 안겨준다. 한빛예술단은 음악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각장애인 전문 연주자로 구성된 세계 유일의 예술단체로, 2003년 창단 이후 꾸준히 음악을 통해 감동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다양한 편성으로 연간 1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치는 한빛예술단은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세종문화회관 등 국내 주요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특히 2022년에는 최다 암보* · 최장 시간 오케스트라 연주로 한국기록원 인증을 받았으며,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대통령 표창, 민간 예술단체 우수 공연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문화체험형 교육을 진행하면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6월 27일에 열렸던 한빛예술단의 공연 <일 더하기 우리>도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지루하게 느껴졌던 법정의무교육을 한빛예술단의 연주를 통해 특별하고 유익한 시간으로 만들고자 한 것. 관객들에게 뜻깊은 감동과 메시지를 전한 한빛예술단의 리허설과 공연 현장을 담아봤다. * 암보: 악보를 외워 기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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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연주는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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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예술가라는 이유로 음악보다는 메시지 전달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금물이다. 한빛예술단은 누구보다도 음악에 진심이며, 그만큼 전문성 있는 예술단이다. 이들은 ‘눈’이 아닌 ‘귀’로 서로를 본다. 박자와 호흡은 음색으로, 호흡 소리와 작은 떨림은 빼어난 청각으로 맞춘다. 몸으로 리듬을 기억하고 악보는 전부 암기한다. 제1바이올린을 맡은 김지선 수석 단원은 “미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일본 콩쿠르에서는 대상을 받았어요. 시각장애라는 수식어를 넘어 전문 연주자와 비교했을 때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요”라고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리허설 현장에서는 수신기를 착용한 단원들이 서로의 음에 집중하며 최고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열중하고 있었다. 비장애인 스태프의 안내로 무대에 착석하고 나면, 나머지 과정은 음악감독과 단원들의 완벽한 호흡으로 마무리한다. “자꾸 음 틀리는 사람 누구야?”, “저요”, “너니? 계속 그렇게 해라!” 장난스러운 대화에 리허설 현장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화기애애한 현장을 지도하는 김종훈 음악감독은 한빛예술단의 바이올린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송신기를 차고 연주하던 활을 움직이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하지만 확실한 어조로 지휘를 시작한다. 음을 틀렸다고 사실대로 고한 단원의 고백은 장난처럼 들렸지만, 이후에 다시 틀리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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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더하기 일, 아니 일 더하기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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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은 만석이었다. 관객들은 눈을 반짝 빛내며 공연을 기다렸다. 트럼펫을 담당하는 김효선 단원은 “오늘은 다른 날보다도 더욱 호응이 좋고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며 기뻐했다.
<일 더하기 우리> 공연의 문은 한빛브라스앙상블이 열었다.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 아이유의 <Love Wins All> 등 반주에 맞춰 뛰어난 가창을 선보이는 보컬이 연이어 나왔으며, 노래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큰 박수와 호응으로 보답했다. 특히 보컬을 맡고 있는 김지호 단원이 <Isn't She Lovely>를 부르며 다양한 제스처를 선보이고, 박수를 유도하면서 공연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김지호 단원은 “시각장애인은 제스처나 무대 매너 등 디테일한 부분을 수업받기 어려운데, 한빛예술단에서 처음 교육을 받아 관객들에게 노래 외적으로도 다양한 재미를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오늘 공연은 제스처에 대한 호응도 좋고, 전반적으로 활기 넘치네요”라고 귀띔하며 소회를 밝혔다.
그 다음으로 한빛오케스트라가 등장하기 전, 짧은 퀴즈 시간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음성을 인식하는 속도 및 장애인 인식에 대한 퀴즈를 냈으며, 꽤 많은 관객들이 손을 들고 정답을 맞히며 커피 기프티콘을 받았다. 장애인의 정보통신보조기기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장치를 쓰는 한빛예술단 소속 전문강사가 나와 기기를 설명했으며, 열정적인 공연을 감상한 만큼 평소에는 잘 다가오지 않을 ‘뻔’했던 교육마저 집중하며 듣는 관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퀴즈가 끝나자 한빛오케스트라가 등장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OST로 잘 알려진 <La Vita è Bella>, J. Sibelius의 <Finlandia Op. 26> J. Offenbach의 <천국의 지옥 중 캉캉>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곡을 연주했다. 김종훈 감독은 송신기로 유려하게 지휘했고, 리허설보다도 더진지하게 몰입한 단원들은 조금의 실수도 없이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으며, 마지막 곡인 <천국의 지옥 중 캉캉>에서는 박수를 유도하며 관객과 호흡했다. 관객들은 익숙한 리듬에 발을 맞추고 즐거워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호른을 담당하는 이은복 단원은 “박수나 환호하는 소리에 힘을 얻어요. 오늘의 공연에서도 엄청난 에너지를 전달받았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다.
한빛예술단은 민간기업 및 문화재단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기업의 아동, 장애, 교육, 문화 분야를 아우르며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깊고 풍부한 연주를 통해 음악적 전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빛예술단이 꿈꾸는 미래처럼, 오늘 객석에 앉은 관객들의 표정 또한 밝고 즐거워 보였다. 앞으로도 한빛예술단의 음악이 이 사회에 진심으로 전달되기를 기대해 본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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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선 수석단원 | 바이올린
-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시각장애인의 연주라는 간판을 넘어서, 교향악단 오케스트라처럼 부담 없이 들을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오늘 공연에서는 단원들과 음악적 조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만족스럽게 잘 나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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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호 단원 | 보컬
- 한빛예술단은 들을 거리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제공하는 예술단입니다. 공연 중에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고, 관객들의 호응을 받기도 하고, 진정으로 소통하면서 즐기고 있죠. 앞으로도 ‘진수성찬’ 같은 음악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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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복 단원 | 호른
- 한빛예술단은 저에게 ‘합주’를 알려준 곳이에요. 저와 같은 사람들과 화합하며 리듬을 맞춰가는 게 정말 인상 깊었죠. 악보를 전부 다 외워서 암기한다는 것도 한빛예술단의 장점 중 하나예요. 전체적인 음을 파악하고 파트를 이해하면 잘 외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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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선 단원 | 트럼펫
- 다른 연주자들은 거울을 보면서 자세를 확인해요. 하지만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은 그럴 수 없으니까, 선생님 지도와 부단한 연습을 통해 감각을 익히고 있어요. 이 시간을 통해 더욱 완성도 있는 음악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