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사가 활발해지면서 지구 밖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하는 새로운 법 제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각국의 법률에 따라 처리되지만, 우주는 특정 국가의 영토가 아닌 국제적인 공간이므로 우주에서 범죄가 발생했을 때,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할까?
미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유인(有人) 달과 화성 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에 양자협정인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을 통하여 한국도 참여하고 있는데, 조만간 달에서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곳에서의 형사 범죄에 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 국제법상 관할권
    ‘항공·우주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런던대학교(UCL) 법과대학의 빈쳉(Bin Cheng, 1921~2019년) 교수는 국제법상 국가관할권의 형태를 영토관할권(Territorial Jurisdiction), 준영토관할권(Quasi-Territorial Jurisdiction) 그리고 인적관할권(Personal Jurisdiction)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선 ‘영토관할권’이란 국가가 그 영토 내에서 행사하는 권력의총체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영토주권에서 유래하나, 위임통치, 신탁통치 또는 조차지의 경우에는 조약에서 유래하기도 한다.
    그리고 ‘준영토관할권’이란 국가가 자국의 선박, 항공기, 우주선 등의 수송수단에 대하여 행사하는 관할권인데, 수송수단은 소유권, 국적, 등록 또 다른 인정된 관련성을 통하여 관계국가와 특별한 관계에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적관할권’이란 국가의 국민이나 법인체 또는 기업체가 어느 곳에서나 국적을 소유하고 그 보호를 향유하거나 또는 국가에 충성을 맺고 있는 관계에 있을 때, 이에 대하여 국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할권을 말한다. 여기서 영토관할권은 준영토관할권과 인적관할권보다 우선시되고 준영토관할권은 인적관할권보다 우선시된다.
  • 국제우주조약과 형사관할권
    국제우주조약 중 1967년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 달과 다른 천체를 포함한 우주 탐사 및 이용에 관한 국가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 116개 당사국)은 우주법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대헌장)’라고 불릴 정도로 우주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을 담고 있다. 특히 달과 다른 천체를 포함한 우주에 관하여 국가에 의한 비전유원칙(Non-Appropriation Principle)을 선언(제2조)하여 어느 국가의 영토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하였다. 이는 곧 ‘국제공역(Res Extra Commercium)’으로 파악되어 우주와 천체는 마치 공해(high seas)와 같이 각 국가가 이곳을 전유할 수는 없으나, 자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조약뿐 아니라 국제관습법의 효력을 가진 것이므로 ‘우주식민지’라는 용어는 우주조약으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국제우주조약은 우주조약을 포함하여 모두 5개의 조약이 성립되었다.
    우주조약과 그것의 세부조약인 1968년 구조협정(99개 당사국), 1972년 책임협약(98개 당사국), 1975년 등록협약(75개 당사국)이 있고,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1979년 달협정(17개 당사국)이 있다.
    달협정은 우주와 천체를 ‘인류공동유산(Common Heritage of Mankind)’으로 봄으로써 우주에 대한 개발을 마치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에서 심해저 개발이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를 통하여 개발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우주조약의 그 어느 것도 우주에서의 형사관할권을 직접 언급한 조약은 없다.
    다만 1967년 우주조약에 따르면 모든 국가가 달과 다른 천체에서 자유롭게 탐사하고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제1조), 관할권에 관하여 발사국가의 관할권(준영토관할권)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다(제8조).
    그리고 우주 공간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한 관할권은 국가기관 주도의 우주활동이든 민간 우주활동이든 가리지 않고 발사국가의 책임 하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제6조).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의 형사관할권
    한편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참여한 국가들이 서명한 정부 간 협정(Intergovernmental Agreement on International Space Station, IGA)의 제22조는 “캐나다, 유럽 파트너 국가,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은 각자의 국적을 가진 비행 요소에 있는 인원들에 대해 형사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인적관할권)”라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6월 NASA 소속 여성 우주비행사인 앤 매클레인(Anne McClain)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 때 동성 배우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의 ID로 은행 계좌에 접속해 지출 내역 등을 들여다본 혐의로 피소돼 조사를 받았다. 이후 그녀는 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IGA가 ISS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이지, 우주에서의 형사관할권을 대표하는 일반 국제법의 원칙이 아니라는 점이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항공·우주법 연구소의 람 자후(Ram Jakhu) 명예교수는 “앞으로 우주에서 살인, 우주 수송선 납치, 우주에서의 핵 장치 폭발 등 다양한 우주 범죄가 생겨날 수 있다”라고 한 바 있다. 우주탐사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주 관광 등 우주 활동이 증가하면 우주에서 범죄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공법」 에서 1963년 도쿄협약(항공기내 범죄방지협약)이 만들어진 것처럼 우주에서의 형사관할권에 관한 구체적인 법 제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