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 ON - STORY
히든 피겨스
러닝으로 인생을
완주하는 중
안정은 런더풀 대표
글_ 최행좌 사진 제공_ 안정은
짧은 달리기로 시작된 한 걸음은 안정은 런더풀 대표의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운 출발선이 되었다.
이제 러닝은 그에게 도망이 아닌 삶을 완주하게 하는 힘이자, 희망을 전하는길이 되었다.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그는 오늘도 사람들과 함께 달리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러닝 전도사로서 인생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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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닝으로 삶을 다시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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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전도사’ 안정은 런더풀 대표는 달리기를 통해 삶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우울했던 시절, 달리기를 만나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순간은 그의 인생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이제 그는 러닝 코치이자 멘토, 강연자, 작가, 런트립 기획자로 활동하며 달리기의 가치를 널리 나누고 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뒤에도 유아차 러닝 문화를 알리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임신 10개월 차까지 달린 경험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취업에 실패하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집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았죠. 그러다 어느 날, 도망치듯 5분을 달렸는데… 신기했어요. 내쉬는 숨마다 원망이 빠져나가고, 들이마시는 숨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용기가 들어왔거든요.”
그 짧은 순간은 그의 인생의 ‘러닝 포인트’가 되었고, 결국 마라톤으로 이어졌다. “달리기는 더 이상 도망이 아니었어요. 제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출발선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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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비사막에서 배운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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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마라톤이 알려준 진리는 단순하다. ‘하루아침에 먼 거리를 달릴 수는 없다’는 것. 작은 훈련이 쌓여 큰 힘이 되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며 조율해야 오래 달릴 수 있다. 기록이나 경쟁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도전’을 즐기는 마음이다. 그는 몽골 고비사막 250km 마라톤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고비사막 마라톤에서 깨달았어요. 낮에는 불타는 듯 덥고, 밤에는 얼어붙을 만큼 추운 곳이었죠. 처음엔 1등을 목표로 달렸지만, 곧 깨달았죠. 이건 체력이 아니라 마음과의 싸움이라는 걸.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만 하면 결국 도착할 수 있다는 걸요.”
그가 말하는 마라톤의 매력은 의외로 단순하다. 매일 같은 길을 달려도 매번 다른 감정을 만난다는 것. “어떤 날은 깊은 생각에 잠기고, 어떤 날은 첫사랑을 만난 듯 설레요. 같이 달리는 러닝메이트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지고요. 그래서 달리기는 늘 새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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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달리기’가 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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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그의 삶의 태도마저 바꿔 놓았다. “예전엔 눈앞의 결과만 쫓았다면, 이제는 과정의 의미를 알게 됐죠. 힘든 순간에도 한 발 내딛는 경험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그는 무엇보다 ‘함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지역과 교감하는 런투어, 아이와 함께하는 유아차 러닝,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쓰담원정대’ 활동에서도 세상과 연결됨을 느낀다.
“‘캥거루크루’라는 유아차 러닝 크루도 만들었어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달리는 국내 최초의 러닝 크루인데, 지금은 200명의 가족이 함께하고 있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러닝 현장은··· 마라톤 완주보다 값진 풍경이에요.”
그에게 가장 큰 보람은 누군가 달리기를 시작하고 삶이 달라졌다고 말해줄 때다. “어떤 분은 건강을, 어떤 분은 자존감을, 또 다른 분은 삶의 방향을 되찾았다고 해요. 그럴 때마다 사명감을 느껴요. 물론 개인 · 가족 · 사회적 활동을 함께 이끌어야 하는 부담도 있죠. 하지만 숨이 차도 호흡을 조절하며 나아가는 달리기처럼 결국엔 답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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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기도 첫걸음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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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라톤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장비도, 속도도, 거리도 중요하지 않아요. 완주가 아니라 첫 발걸음이 중요한 거예요. 1km, 아니 1분이라도 괜찮아요. 신발끈을 묶는 순간, 이미 절반은 성공한 거예요.”
이제 그의 꿈은 러닝을 개인의 취미가 아닌 사회적 가치로 확장하는 것이다.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러닝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 스포츠 지도사, 유소년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서울 유아차런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웃고 달리는 문화를 넓혀가고 있다.
“저에게 마라톤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에요. 달리는 동안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결승선에 닿으면 몸은 지쳐도 마음은 가벼워지죠.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거예요. 그래서 달리기는 제게 성찰이자,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게 해주는 과정이에요.”
안정은 대표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방향을 다시 잡아주는 나침반이자, 내일을 향한 가장 진실한 발걸음이다. 오늘 당신의 하루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신발끈을 묶어보자. 그 작은 시작이 내일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